고추냉이

코 끝이 찡하네요 정말로~ 눈물이 핑 도네요 정말로~

언제부터인가 머릿속을 맴도는 가사와 멜로디. 아무리 찾아봐도 이런 가사를 가진 노래는 없다.

가수 현숙의 ‘정말로’라는 노래 가사와 비슷하지만 아니 다. 하지만 ‘정말로’의 멜로디와 같은 멜로디로 머릿속 을 맴도는 것 보니 아마 어렸을 적 보았던 코미디 프로 에서 나왔던 코미디언이 사용했던 유행어가 아니었나 싶다. 아니면 그 코미디언은 ‘정말로’를 불렀지만 왜곡된 기억으로 인해 나는 저런 가사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나는 그녀와 함께 같이 처음으로 초밥을 먹 었다. 초밥 하면 같이 나오는 것이 락교와 초 생강, 그 리고 고추냉이이다. 흔히 와사비로 부르는 고추냉이 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간장에 풀어서 먹는다. 고추냉 이의 톡 쏘는 향과 알싸한 맛은 식욕을 돋우기도 하고 고문을 행하여 주기도 한다고 한다.

나는 고추냉이의 알싸함과 톡 쏘는 향을 좋아하지 않 아 초밥에 들어있는 고추냉이를 빼서 먹거나 처음부 터 고추냉이를 빼달라고 한다. 하지만 내 그녀는 고추 냉이 킬러다. 간장종지에 간장을 3분에 1쯤 부운 후 초밥과 함께 번들로 나온 고추냉이를 모두 투척하여 풀고 초밥을 맛있게 찍어 먹었다.

나는 걱정 반과 놀라움 반이 포함된 말을 그녀에게 말 한다.

“안 매워?”

그녀는 코 끝이 찡한 듯 미간을 한번 찡그리고 잠시 동 작을 멈췄다가 행복한 표정으로 음식을 음미한 후 말 을 한다.

“나는 고추냉이가 가져다주는 코 끝이 찡함이 좋아. 너도 먹어 볼래?”

나에게는 고문에 가까운 코 끝이 찡함인데 그녀는 왜 좋아할까? 이해할 수 없는 것이고, 굳이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기에 나는 거절 했다. 하지만 그녀의 계속되 는 권유에 눈 감고 그녀가 먹던 식으로 먹어 보았다. 역시나… 코 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이런 걸 왜 먹는 것인가… 후회가 들며 뱉을까 싶을 때쯤 입 안에서 놀라운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알싸함과 톡 쏘는 향이 지나가고 나니 고추냉이가 가 지고 있는 은은한 향과 맛이 초밥 위 생선 비린내와 밥 알갱이가 가지고 있는 신맛을 눌러주었다. 고추냉이 를 넣지 않고 먹으면 약간 밋밋하고 부족하다 싶던 초 밥의 맛이 고추냉이로 인해 품격이 높아졌다.

그 날 나는 신세계로 인도 받았다. 그 후 초밥은 기본 이고 회나 어묵, 샤브샤브 등 고추냉이가 필요한 음식 을 먹을 때는 고추냉이를 먹게 되었다.

최근에 그녀와 함께 초밥을 먹었다. 여전히 그녀는 고 추냉이 킬러다. 그녀는 스스럼없이 능숙한 실력으로 간장과 고추냉이로 소스를 제조 한다. 그리고 초밥 위 생선에 간장을 충분히 적신다. 나는 그녀가 만든 소스 를 초밥 위 생선에 촉촉이 적신다. 우리는 건배하듯 초 밥을 들고 눈빛 교환 후 입에 넣는다. 고추냉이가 주는 톡 쏘는 향이 코 끝으로 전달되면 미간을 찡그린 후 잠 시 숨을 멈춘다. 어느 정도 찡한 기운이 사라지고 초밥 을 음미 하면서 나는 말했다.

“코 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지만 이 순간을 잘 넘기면 고추냉이는 맛있고 훌륭한 식재료 인 것 같아.”

그녀는 대답했다.

“맛있지? 먹어보길 잘했지? 보통은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해 혹은 안 좋은 경험으로 인해 무서워했던 것 들을 이겨 낼 때에 성취감은 말로 표현 할 수없는 것 같아. 나도 태어날 때부터 고추냉이를 좋아했겠어? 도 전 해보는 것으로 두려움을 이겨 낸 거야.”

“올~~~~~~” 나는 감탄사를 날리며 그녀의 코가 높아 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우린 높아진 코를 찡하게 하 는 고추냉이를 듬뿍 바르며 맛있게 초밥을 먹었다.

내 눈에 눈물이 생기게 하고 행복함도 주는 고추냉이.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고추냉이를 좋아했지만 어렸을 적 코 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도는 순간을 넘기기 어려 워 외면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는 그 참 맛을 알았기에 즐겁게 코 끝이 찡하고 눈 물이 핑 도는 순간을 맞이한다.

코 끝이 찡하네요 정말로~

눈물이 핑 도네요 정말로~

ESSAY_고추냉이
글_신인철
코 끝이 찡하네요 정말로~ 눈물이 핑 도네요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