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신실한 과학

글_김우섭  그림_정혜지

 

 

맥북에어는 왜 조용할까?

컴퓨터로 이런저런 무거운 일을 하다 보면 CPU가 과열되고, 이 CPU를 식히기 위해 내부의 팬(fan)이 맹렬히 돌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기 마련인데요. CPU 과열을 막으면서도 이 소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12년 애플에서는 새 맥북 에어를 출시하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냈는데요. 바로 팬의 날개를 비대칭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팬의 날개가 대칭적으로 배열된 경우 규칙적으로 소리가 발생하며 발생하는 소음들이 더욱 보강되고 증폭되지만, 날개를 비대칭적으로 배열시키면 소리들이 다양한 주파수로 분산되며 서로 상쇄되어 소음이 줄어든다는 것인데요. 참 기발하지 않나요?

 

1946년 소련의 천재 공학자 알트슐러는 다른 공학자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는 공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발 더 나가 그는 ‘각 분야의 문제점이 본질적으로 같다면 그 해결방법 또한 같지 않을까?’ 하는 놀라운 착상을 하게 되었고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는 세계의 150만의 특허 중 독보적이고 창의적인 특허 4만 건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공통으로 사용된 사고방식들을 찾아내고 패턴화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논문에 ‘창의적 문제해결’이란 러시아어 단어(Teoriya Reshniya Izobretatelskikh Zadatch)의 앞글자를 따서 트리즈(TRIZ)라 이름 붙였지요.

트리즈를 사용하여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한 예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칭은 완전하고 바람직한 상황이며, 비대칭은 불완전하고 위험한 상황이라 느낍니다. 하지만 트리즈에서는 기존에 주어진 대칭적인 상황을 비대칭적으로 바꿈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제가 제일 처음 소개한 팬의 소음을 줄이는 방법도 바로 이 예라 할 수 있죠.

 

 

불완전한 대칭에서 발생하는 힘들

학부 시절 저에게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전공과목은 대수학 2란 과목이었습니다. 대수학 2에서는 환 이론(ring theory)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데요. ring이란 수학적 구조에서는 더하기와 빼기, 곱하기는 가능하지만, 나눗셈은 할 수가 없습니다. 대칭이 깨져있는 상태인 거죠. 제일 처음 ring을 공부할 때는 나눗셈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불편하고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이 과목이 너무 싫었습니다. 자연히 학점도 저를 싫어했지요.

그런데 공부를 하며 깨달음이 깊어지고 보니 대수학 분야에서 다양한 이론이 발전한 분야가 바로 ring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칙연산이 모두 가능한 구조(field, 체)에서는 많은 것들이 확실하게 결정되어 버리기 때문에 기존 답을 부정하고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낸다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반면 ring에서는 확실히 결정되지 않는 것이 많기 때문에 생각하기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나갈 수 있지요. 정답이 없는 불확실한 구조 속에서 인간이 가진 창의력이 더욱 꽃 피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정수의 세계에선 2 나누기 7의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2개 밖에 없는데 7명한테 나누어주려니 이런저런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분수를 배우고 나면 이 문제의 답은 2/7 한 가지로 결정 되어버리지요.

이처럼 불완전한 대칭에서 힘이 발생함은 자연 속에서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사람의 심전도를 측정해보면 심장박동의 주기가 계속해서 미세하게 변동한다고 해요. 언뜻 생각하기에는 심장박동 주기가 아주 규칙적인 것이 건강의 징표일 것 같지만, 이런 증상은 심근경색 등의 심장질환이 나타나기 직전의 전조증상이며 몹시 경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사람의 심장은 가슴 정중앙이 아니라 왼쪽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른 허파(lung)는 왼 허파보다 조금 더 크고, 오른 기관지(main bronchus)는 왼 기관지보다 굵고 짧고 수직에 가깝다고 하네요.

 

 

성경 속에서 발견하는 불완전함의 힘

다윗과 골리앗을 생각해보세요. 목동 다윗의 상태는 전사의 입장에서 보면 허점 투성이인 몹시 불완전한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다윗은 그를 대칭적인 상태로 만들어주려는 사울 왕의 호의를 거절하고 불완전한 상태에 계속 남기로 하는데요.

사울은 자기의 군장비로 다윗을 무장시켜 주었다. 머리에는 놋투구를 씌워 주고, 몸에는 갑옷을 입혀 주었다. 다윗은, 허리에 사울의 칼까지 차고, 시험 삼아 몇 걸음 걸어 본 다음에, 사울에게 “이런 무장에는 제가 익숙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무장을 한 채로는 걸어갈 수도 없습니다” 하고는 그것을 다 벗었다. 그렇게 무장을 해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 사무엘기 상 17:38-39 (새 번역 성경)

 

다윗이 강력한 골리앗을 꺾을 수 있었던 까닭은 불완전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갑옷을 입고 칼과 창을 차고 대칭적인 상태에서 골리앗과 백병전을 벌였다면 그는 필패하였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우 비대칭적이고 불완전한 상태에 남는 선택을 하였고, 이것이 다윗의 승리 비결이 되었습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볼게요. 신약성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쓴 위대한 믿음의 선진, 바울은 자신의 몸에 있는 가시 때문에 몹시 고통받았다고 합니다. 바울은 고린도후서에서 자신의 몸에 있는 가시, 사탄의 하수인이 자신의 몸에서 떠나게 해달라고 세 번이나 간절히 기도해봤다고 고백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하게 된다.” …  -고린도후서 12:9 (새 번역 성경)

당신은 어떠신가요? 자신의 약점, 내 바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환경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성공의 걸림돌이 되리라 예단하고 낙심하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바로 그런 걸림돌들이 사실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는 원동력이 될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도록 계획하신 선하신 하나님을 믿고 승리하는 순복음청년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에필로그

2017년 한 해 동안 ‘신실한 과학’을 연재하며 1년간 하나의 주제로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비축해두었던 아이디어들은 연재를 반복하며 금방 동이 났고, 급하게 한 달 마감을 마치고 나면 그다음 달에는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금세 막막해지곤 했습니다. 저의 짧은 생각을 독자들에게 정답처럼 강요하는 것이 아닌지도 조심스러웠고요.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8년에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영광 주님께 돌립니다.

 

2017-12-09T00:55:0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