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선교지 리포트

글_신인철

 

 

# 단기선교에 회의감이 들다

나는 대학청년국에 갓 입성했을 때부터 여건이 될 때마다 매년 단기선교를 갔다. 단기선교를 가서 팀도 깨져보고, 팀원과 싸우기도 했었고, 늦잠을 자서 허겁지겁 뛰어보기도 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산전’은 해봤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단기선교’라는 말이 나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단기선교를 왜 가는 것인가?’에 대하여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작년에는 앞으로 단기선교를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보통 ‘하나님의 은혜 또는 지상명령’ 등의 이유로 단기선교를 간다고들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의문들이 계속 남아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 선교인가?’,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까?’와 같은 것들이었다. 이런 생각을 ‘사탄의 공격이다’라고 치부할 수 있었지만, 이 의문들을 해소하기 전까지는 더 이상 단기선교를 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올해도 나는 단기선교를 지나치는 듯했다.

 

# 정읍팀을 알게 되다

나는 단기선교에 회의감이 들었던 터라 올해 단기선교 팀원모집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라북도 정읍 ‘순복음소리교회’에 교회 보수 사역이 필요하여 팀원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하게 페인트를 칠하고, 의자나 집기류를 수리하는 정도가 아니라 지붕을 만드는 전문적인 보수 작업이었다. 사실 이런 전문적인 보수는 전문가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집 수리나 인테리어 같은 공사는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들의 재정과 시간만으로는 작업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목사님 혼자서 길이 6m의 철제 각 파이프를 1층부터 4층까지 올리셨다는 소리를 듣고 ‘정읍으로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 항상 부족한 시간과 인력

모든 장비와 인력, 공사자재가 준비되어 있고, 우리는 몸만 가서 ‘준비~ 시작!’과 동시에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어서 전체적인 일정이 촉박했다. 보수 사역과 섬김 사역으로 나누었는데, 보수 사역은 팀원 모집이 잘 안돼서, 두 명만 가게 되었다. 미리 답사를 다녀와서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서 갔지만 부족한 것이 많았다. 또 일을 시작하려고 보니 지붕 말고도 손봐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오래된 아파트 상가 3층을 예배당과 사택, 식당으로 나눠 사시는 목사님의 거주 환경은 처음 공사할 때에 완벽하게 하지 못해 들쑥날쑥했다. 예배당은 신경을 많이 썼었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았지만, 사택의 온돌 배관은 빈 공간이 많아 보일러를 가동하면 어느 곳은 뜨겁고 어느 곳은 차가웠다. 식당 지붕은 오래돼서 비만 오면 비가 새고, 환기가 안돼서 음식을 하면 열기가 가득 찼다. 옥상 바닥은 시멘트가 오래되어 모래처럼 되어있었고,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비만 오면 물이 가득 찼다. 그렇게 가득 찬 빗물은 벽면의 틈새를 타고 내부 계단에 떨어져서 1층, 2층이 정전되기도 했다. 모든 것을 손봐야 하고, 고쳐야 하지만 다 할 수 없는 것에 안타까웠다. 그 중에 지붕이 제일 시급한 문제였기에 ‘지붕만이라도 마무리하자’라는 일념으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 공사는 항상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님은 준비하셨다.

첫째날, 공사자재(각 파이프)를 옥상으로 옮기는 것을 시작으로 사역은 시작됐다. 각 파이프를 재단하고, 구멍을 뚫고, 지붕의 뼈대를 세울 준비를 해가며 기존 지붕을 해체하려고 하는데 스콜(열대성 비바람)이 왔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법칙 같은 것이 있다. ‘공사는 예정보다 일찍 끝나는 법이 없다.’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계산해서 전체적인 일정을 세우지만, 공사는 계획된 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이번 보수 사역에도 이 법칙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예상은 했지만 대놓고 찾아오는 변수에 고민이 깊어졌다. 그때 정읍 순복음 소리교회에 다니시는 소 키우는 집사님이 구원군으로 등장하셨다. 목사님이 말씀하시길, 소를 키운다는 것은 하루 종일 소들을 돌봐야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교회 보수작업을 한다고 하니, 소들을 뒤로하고 보수 작업을 도와주러 오신 집사님은 정말 영화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 같아 보였다.

 

# 1+1=3, 4, 5, 6, 7, 8, 9, ∞

집사님의 도움으로 지붕에 뼈대를 세워가며, 비가 오지 않길 기도하고 기도했다. 비가 오면 전기 용접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공사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하나님이 기도를 들으셨는지,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와도 잠깐 왔고, 뼈대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다섯째날, 드디어 뼈대가 완성되었고, 주문한 샌드위치 판넬 지붕이 도착했다. 이제 기존 지붕을 뜯어내고 새로운 지붕을 올리는 일만 남겨두었다.

여섯째날, 기존 지붕과 벽 사이 틈으로 물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실리콘으로 덧칠한 부분을 떼어내는 작업과 길이가 10m 가까이 되는 원판을 해체하려다 보니 절단기로 잘라 나눠서 철거를 했다. 예상보다 철거가 늦게 끝나서 새로운 지붕을 올리다 보니 해가 저물었다. 보통 때였으면 ‘내일 합시다.’라고 했을 텐데, 다음날 비 예보가 있었던지라 당일에 끝마쳐야 했다. 그렇게 허리에 생명줄을 묶고 난간도 없는 경사진 지붕 위에서 고정 나사를 박으며, 샌드위치 판넬 지붕을 하나하나 고정해 나갔다. 해는 저물고, 야간작업으로 이어진 작업은 9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마지막날, 서울로 복귀하기로 한 날, 비 예보가 있던 아침이었고, 내 생전 역대급 스콜을 보았다. 바람 부는 소리가 비명소리 같다는 말이 딱 어울릴 스콜이었다. 하지만 단단히 고정된 지붕은 바람을 이겨내며 비가 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았고, 여러 변수에 낙심도 했었다. 하지만 완성된 지붕을 보니, 하나님의 일하심이 느껴지며 동시에 뿌듯해졌다. 게다가 서로 힘을 합치면 1+1=2가 아니라 1+1=3, 4, 5, 6, 7, 8, 9, ∞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보수 사역이었다.

 

# 내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유

사실 이런 보수는 전문 공사업체에 맡기면 편하다. 하지만 공사업체에 맡기면 돈이 많이 든다. 내가 돈을 많이 벌어 후원을 하면 되겠지만, 하나님이 아직까지 나에게 부를 허락하지 않으신 것은 ‘몸으로 직접 뛰어라’라는 의미인 것 같다. 나는 요리를 전공했고, 취미로 사진이랑 영상을 하지만 직업은 이것과는 관련이 없는 보일러 시공을 하고있다. 내가 했었던 일, 그리고 하고 있는 일들이 연관성 없어 보이지만 하나님이 하나님의 계획대로 나를 인도하신 것이라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이번 보수 사역을 통하여 자신감이 생겼다. 내년에도 하나님이 부르신다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최선을 다하여 보수 사역을 하고 싶다.

 

 

# P. S. 

우리의 보수 사역 일정은 끝났지만 목사님의 공사는 계속되었다.목사님은 소 키우는 집사님과 함께 식당 천장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셨는데, 일하시는 집사님의 입술에서 찬송가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시고 감동받으셨다고 한다. 하나님은 정말 멋진 분이시다.

 

2017-12-09T01:16:44+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