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모두의 에세이

 

글_최한나

 

한 계절이 지나갈 때면 옷과 이불들도 색을 달리한다. 때로는 얇고 시원하게, 혹은 두툼하고 따뜻하게. 이제 정리라는 건 내게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지곤 한다. 내가 입고 덮었던 것들을 바꿈으로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달리 하는 것. 다가오는 새 계절에 대한 예의랄까. 거기에 약간의 후련함은 덤이다. 지루해 보이는 방의 외관도 깔끔하게 변하고, 계속 미뤄왔던 큰 숙제를 끝낸 것 같은 마음도 들고. 완전 일석이조다.

얇은 여름옷들을 정리할 때면 짧지만 강했던 지난 여름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땀으로 젖어있는 옷을 갈아입고 깨끗이 빨아서 말린다. 뜨거운 햇빛을 받아 빳빳해진 것들을 개다 보면, 그 날 있었던 일들도 함께 정리되는 것 같다.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나쁜 일은 나쁜 일대로. 처음에는 물방울들이 모여 젖어있던 옷가지들이 밝은 빛을 받고 마르듯, 일 년 동안의 시간들도 기억 속에 스며드는 것 같다.

두꺼운 겨울옷들을 꺼낼 때면, 마음이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 옷의 두께처럼 살이 찌겠다는 생각도 들고.. 반팔옷을 입을 때와는 다르게 이 계절을 보낼 채비를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한파와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함께할 겨울을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칠 게 뻔하다. 이 대목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이불은 오래되지 않은 이상 버릴 수 없지만, 옷은 버릴 수 있다. 정리할 때 고민되는 부분이다. 슬슬 버려야 할 옷들을 보고 있으면 작별 인사를 해줘야 할 것만 같다. 세월도 함께 정리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이 옷은 곧 입을 것 같은데, 저 옷은 특별한 날 입었으니 버리면 아까울 것 같아.. 같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실상은 그 옷을 전혀 입지 않을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새 옷가지들이 옷장 한 켠에 들어오면, 이건 얼마나 오래 나와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혼자 막 해본다. 우리가 평상시에 하는 생각들도 이와 같지 않을까. 계속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도 때로는 ‘버리는 게 답’일 때가 있다. 이도 저도 되지 않을 것 같을 때에는 그저 흐르는 대로 놔두는 거다. 그리고 새로 세워야 할 계획들, 만나야 할 사람들을 비어있는 공간 속에 채워 넣으면 된다.

계절이 바뀐다는 건, 사람이 나이 들어간다는 의미이리라. 특히 겨울에는 오래된 한 해를 보내고 다가올 한 해를 맞이하기 때문에, 나이 듦을 더욱 실감한다. 점점 달아오르는 전기 담요 위에 올려져 있는 두툼한 극세사 이불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올 한 해 무엇을 하며 지냈나. 사계절을 다 보내는 동안 나는 얼만큼 달려왔나. 특별한 기억들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래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속에 내 자신이 다 들어있다. 단 한 순간도 그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너무 힘들 때는 계절의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버리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 그 비행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마 옷장정리는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어떤 옷을 정리할지, 아니면 다른 것을 정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결국 내게로 오게 될 모든 환경을 두 팔 벌려 맞이할 것이다. 피하지 못하겠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점점 더 복잡해질지도, 어려워질지도, 아니면 오히려 편해지고 안정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많은 상황들을 미리 다 알아버리면 재미없을 것 같다. 때로는 할 게 많아도 조금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조금은 삐딱하게(?) 행동해보고, 아주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보고. 2018년은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에게 작별 인사를 보낸다. Adieu!

 

 

마무리하며

한 해가 끝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게는 가장 힘든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꼭 준비해야 할 것들 것에 치중한 나머지 소중한 경험들을 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모두의 에세이’를 책임지고 마무리하게 된 일은 하나님 앞에 드릴 큰 감사입니다. 제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래서 이래저래 부족했던, ‘모두의 에세이’를 이 순간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내년에 새로운 코너로 여러분들께 찾아 뵈려고 합니다. 그 또한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기대해주시고 기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분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18년에도 함께 해요!

 

2017-12-09T00:38:41+00:00